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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봄은 협동, 연대에서 온다 |
2013년03월23일(Sat) |
| 광주광역시광산구 부구청장 박락진 |
봄이 올까. 경칩도 벌써 지났지만 아침, 저녁으로 쌀쌀하다. 마음 속 봄은 더 멀기 만하다. 회복될 기미조차 없는 경제 상황과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양극화 때문만은 아니다. 경쟁이라는 이름의 전쟁터에서 끼니를 이어가는 일상이 서러워서다. ‘위너-테익스-잇-올’(Winner takes it all)이라는 승자독식의 구호가 허리를 더욱 휘게 해서다.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직장의 문화, 남을 배려하는 행위가 자칫 사치로 매도되는 사회, 무한경쟁과 이익극대화가 절대적 가치로 고착되어 가는 세상에 미래가 있을까. 이미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는 이러한 거침없었던 사회분위기에 제동을 걸었다. 그리고 각인시켰다. 신자유주의는 세계경제의 한낱 방편이었음을, 지나친 경쟁은 경쟁의 기반조차 무너뜨릴 수 있음을, 협동과 연대가 건강한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협동조합은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이다. ‘자치’와 ‘민주주의’ 원리로 작동하고 경쟁과 영업이익 보다는 협동과 연대로 움직인다. 한마디로 ‘한 사람의 열 걸음 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을 실천하는 기업이고, 조직이다.
광산구 곳곳에는 이미 화창한 봄소식이 한창이다.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탄 협동조합들은 조합원의 이익과 복지, 일자리 창출, 공동체 복원 등 사회적 가치를 일치시키고 있다.
광주시 협동조합 1호인 ‘더불어 락 협동조합’은 지금까지 단순하게 복지 수혜자로만 여겨졌던 어르신들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고, 오히려 지역사회에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전국 최초 공무노동자 협동조합인 ‘클린광산 협동조합’은 청소대행업체의 폐업신고로 실직 위기에 놓인 청소미화 노동자들이 만들었다. ‘마중물 협동조합’은 폐지 줍는 어르신들의 작업안전과 수입을 보장하기 위해 지역사회가 힘을 모은 것이다. 정말 감동적이고 자랑스런 현상이다.
최근에는 전국 최초로 아파트 공동체 협동조합이 생겼다. ‘선운여성친화마을 협동조합’이다. 사회적 약자들이 많이 사는 아파트 단지 사람들이 공동작업장, 반찬가게, 카페를 아파트 안에 마련하고 자급자족을 실천하기로 했다. 우리조상들이 면면이 이어오던 마을 공동체가 협동조합의 옷을 입고 새로운 아파트 공동체로 부활한 것이다.
광산구는 본격적인 봄을 준비하고 있다. 협동조합의 활성화 지원을 위해 지난달 28일 광주어룡신협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전국 최초 사례고, 기념비적 사건이다. 금융협동조합이 다른 협동조합을 지원하는 연대와 상생의 시작이다. 더 중요한 의의는 협동조합 성립과 생존의 경제적 기반을 마련했다는데 있다. 농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 지역 금융권과 총 100억원 규모의 자금 확보 계획도 세웠다. 협동조합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획기적인 시사점이 될 것으로 본다.
<협동조합기본법>으로 협동조합 설립은 쉬워졌지만, 특별한 혜택이 있는 것은 아니다. 기본법은 앞서 말한 경제적 재원 조성 계획과 중간지원조직 설립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따라서 광산구는 가칭 ‘협동조합의 집’인 중간지원조직 설립도 추진 중이다. 오는 5월 운영이 목표다. ‘협동조합의 집’은 협동조합의 설립·교육·컨설팅·네트워킹을 도울 것이다.
협동조합으로 마음의 봄을 맞이하려는 사람들도 명심해야 한다. 바로 ‘자생력’이다. ‘협동조합은 생존 자체가 성공’이란 말이 있다. 그만큼 뿌리내리기 쉽지 않다는 반증이다.
협동조합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지대하다. 지자체뿐만 아니라 새정부도 일자리 창출 관점에서 관심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이미 사회적기업을 통해 경험했듯이 협동조합 활성화와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과 지원은 반드시 자생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자연의 봄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스스로 그러하게 온다. 그렇다고 사람들 마음 속의 봄까지 시간에 기댈 수는 없다. 굳은 심지를 가지고, 협동과 연대로 봄을 준비하고 만들어가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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