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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불법광고물이 무섭다 |
2013년03월17일(Sun) |
| 광주광역시광산구청 도시개발과장 남상철 |
설 명절에 서울서 내려온 지인을 만났다. 1년만의 자리였지만 반가울 수 없었다. 지인 얼굴이 형태가 바뀌어 있어서다. 이유인즉 못 본 사이 사고가 있었고, 치아 6개를 임플란트로 바꾸는 대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지난 여름 회사 직원들과 2차에 걸친 회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에어라이트’라 불리는 풍선형 간판 배선에 걸려서 넘어졌다는 설명이었다. 지인은 생명까지 위험할 수 있었다는 의사의 말에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덧붙였다. 그것도 1차 회식 가게의 간판이 문제였고, 보상문제로 10년 단골집이 순식간에 원수지간이 됐다고 전했다.
주중 저녁시간, 주말 등 단속이 뜸한 시간대에 상가밀집지역, 아파트 입구 도로변에 원색의 불법광고물이 극성이다. 불황을 타개해 보려는 일부 업주들의 심정 이해한다. 하지만 이런 이기적인 자구책이 우리의 생명과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현수막·에어라이트·입간판 등 불법광고물은 내 지인의 예처럼 보행자의 안전사고를 유발하고, 운전자의 시야를 좁게 해 교통흐름을 방해하면서 자칫 큰 교통사고까지 초래할 수 있다.
최근엔 게릴라성 불법광고물까지 극성이다. 행정 단속이 소홀해지는 금요일 야간에 불법현수막을 내걸었다가 월요일 아침 다시 거둬들이는 일의 반복이다. 심지어 이런 일을 대행하는 업체까지 버젓이 성업 중이고, 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그 장소도 지정게시판 앞이다. 말문이 턱 막힌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불법광고물 수거보상제 도입, 민간업체 단속 용역, 지정게시시설 증설 등 많은 자구책들을 연구·검토하고 있다. 대체로 민간의 힘을 빌려 행정공백을 메우겠다는 발상이다. 장점도 있지만 규제를 민간에 이양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고, 예산확보도 여의치 않다. 또 지정게시시설을 늘리는 방안은 도시전체의 경관·일조·조망 등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어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2013년 광주에서는 ‘세계고분자 포럼’을 시작으로 ‘세계인권도시 포럼’, ‘JCI 아태 대회’ 등 총 14회의 국내·외 행사가 열린다. 광산구는 주민들의 안전을 확보하면서, 각종 행사가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자율’과 ‘적절한 규제’라는 방식으로 불법광고물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
현재 광산구에는 광주시 전체의 45%에 달하는 옥외광고물이 있다. 이를 관리하면서 불법광고물 수거까지 담당하는 공직자는 5명, 솔직히 힘에 부친다. 평일은 물론, 주말과 야간시간까지 수거해도 끝이 없다. ‘법대로’를 요구하면서 과태료를 부과하라는 주민들도 많다. 그렇지만 신도심 등 도시규모가 커지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불법광고물을 대처하기엔 이마저도 능사가 아니다.
‘자율’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대목이다. 최근 첨단지구를 중심으로 업주들이 불법광고물에 대한 자정노력을 벌이고 있어 고무적이다. 단속보다는 자율에 맡긴 정책이 서서히 그 효과를 내고 있다고 자평하고 싶다. 불법광고물을 없애기 위해서는 각 지역 상인회·상가번영회가 중심이 되어 업주들이 스스로 규율을 만들고, 자제하는 방식이 이상적이라고 본다. 광산구는 이런 지역을 안전하고 쾌적한 거리로 지정해 주민들에게 널리 알릴 것이다. 그리고 업주들도 안전한 곳에서 장사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사실을 꾸준히 홍보할 것이다.
여기에 ‘적절한 규제’도 가미할 것이다. 현재 광산구는 불법광고물에 대한 릴레이식 주·야간 단속반을 운영하고 있다. 불법광고물을 발견하는 즉시 철거·정비하고, 해당 광고물 사업주에게는 과태료도 부과하는 내용이다. 주민들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다만 게릴라성 불법광고물 대행업체는 광산구에서 발을 붙이지 못하게 행정적 노력을 다할 방침이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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