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논술이 지나치게 어려워 사교육이 성행하고 수험생의 고통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현실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더구나 논술 출제방식과 난이도에 대한 가이드라인마저 이번 정부 들어 지난 2009년 폐지되면서 ‘대학 교수도 풀지 못할’ 논술의 문제점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대학의 선발권 보장이라는 명분 앞에 흐지부지됐다.
논술전형의 경우 경쟁률이 수십 대 1이 넘고 그렇다 보니 1주일에 300만 원 하는 과외까지 등장할 정도다. 이제 논술은 두세 달밖에 남지 않았다. 수험생에게 혼란이 없도록 개별 대학들이 하루빨리 상세한 안내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고액과외를 무료로 제공한다 해도 사양할 학생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소위 수재에 해당되는 학생들이 그럴 것이다. 사교육을 비판하는 분들은 그런 자녀를 두었거나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이상적인 원론을 솔선수범으로 실천할 것이기 때문일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원칙 따로, 현실 따로’에 능숙하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학교 수업을 밤 12시쯤까지 하거나 사교육비를 어디에선가 부담해준다면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줄 수는 있다. 사교육은 공교육이 부실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현실에 어울리지 않는 창의력 교육, 자기 주도적 학습 등의 탓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 학부모는 자녀를 학원에 보내는 이유를 “아니꼬워서라도 대학에 가야겠더라.”라는 말에 공감할 사람들이 있으니 “약자의 슬픔을 당하지 않으려면 실력을 쌓아야 하니까 사교육이 최후의 희망이다.”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스스로 공부할 의지가 약한 자녀를 학원에 보내는 부모의 목표는 “남한테 속지 않을 만큼 배워야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교육과정 중에는 교양과목이라는 것이 있지만 그런 것을 많이 배운다고 하여 도덕성이 높아지는 것은 결코 아니어서 ‘남 속이는 기술을 배우러 대학에 간다.’라는 현대판 속담이 있는 것이다. 사기꾼을 속여서 사기를 방어하는 기술을 배운다고 하면 긍정적인 의미가 될 수도 있다. 이러기에 대입 논술이, 고교과정과 연계돼야 공교육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날마다 배움의 놀이터에서 지혜의 샘물을 달게 마시는 아이들로 자라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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